노화의 당연한 현상이 ‘질병’이 된 이유
작년 건강검진에서 악력 측정 결과가 나왔을 때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측정 결과는 남성 기준 28kg 미만이었는데, 예전엔 신경 안 썼던 항목이 요즘 검진 결과지에는 근육량·근력 관련 수치가 자세히 나온다. 엄마 세대(72세)도 최근 병원 검진에서 ‘근감소증’ 얘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검사 결과 종아리 둘레가 32cm로 진단 기준(33cm 미만) 경계에 있다고 했다. 직장 동료(55세)도 최근 운동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늘렸다고 했고, 단백질 섭취량을 하루 60g 이상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한 노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0대부터 10년마다 근육량이 10% 감소하는 의학적 문제이면서 예방·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관련 의료 자료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건강검진에서 악력 수치나 근육량 항목을 보고 신경 쓰이는 분들이 늘고 있다. 근감소증(sarcopenia)은 노화에 따라 근육량·근력·근 기능이 함께 감소하는 상태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코드를 부여하면서 공식 질환으로 인정됐고, 우리나라도 202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8)에 진단코드를 포함시켰다. 낙상·골절 위험 증가, 당뇨·고혈압·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이 의학 자료에서 꾸준히 보고되면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질병으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치료제 시장 12조, 그런데 아직 약이 없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근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2026년 12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서는 관련 헬스케어 시장이 2020년 약 26억 달러에서 2030년 4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수요는 분명한데 상용화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 50대부터 근육량이 10년에 약 10% 감소하고 80대에 이르면 30대 근육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공중보건주간보고(2024)에 따르면 2016~2017년 70세 이상 기준 유병률은 남성 14.4%, 여성 6.4%로 보고됐다.
글로벌 빅파마도 실패한 이유

MSD·노바티스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개발에 도전했으나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MSD의 후보물질 MK-0773이 대표적인 사례다. 근감소증은 노화·호르몬 변화·만성 염증·영양 결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 단일 타깃 설정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된다.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그룹(AWGS 2019)은 악력(남성 28kg 미만·여성 18kg 미만), 종아리 둘레(남성 34cm·여성 33cm 미만), 근육량 지수를 복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권장하는데, 이처럼 복잡한 진단 체계도 신약 개발의 장벽으로 꼽힌다.
비만약이 키운 또 다른 시장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이 근감소증 치료제 시장의 새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연구팀 등이 국제 학술지 Endocrine Review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GLP-1 계열 치료제 임상에서 전체 체중감량 중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체중은 빠지지만 근육도 함께 빠질 수 있다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비만치료제와 근감소증 치료제가 상호 보완적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도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가 포기한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HK이노엔은 2026년 후보물질 IN-207907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한미약품은 근육 증가와 대사 개선을 동시에 겨냥하는 HM17321, 마이오스타틴 표적 HM500197의 연구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KSB튜젠은 임상 2상 환자 투약을 진행 중이다. 다만 모두 임상 단계이며 상용화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치료제가 아직 없는 만큼 예방과 생활 관리가 핵심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3)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남성 60g·여성 50g이지만 남성 27.4%·여성 44.7%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의료 자료에서는 체중 1kg당 1~1.2g 수준의 단백질 섭취와 저항성 운동 병행이 자주 권장된다. 대한근감소증학회는 65세 이상이라면 선별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정확한 진단과 관리는 가까운 의료기관·전문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길 권장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공유 목적이며, 본인 상태에 맞는 정확한 사항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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